상우씨, 안녕하세요? <봄날은 간다>에서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꼭 제 모습을 보는 듯 했답니다. 전 여자지만, 그래도 뭐랄까요. 한번이라도 지독한 가슴앓이를 해 본 사람들은 알지요. 화사한 봄햇살을 바라보던 당신의 눈빛이 왜 그토록 쓸쓸한지. 벚꽃 가득한 거리에서 왜 당신이 그토록 무심하게 걸어갔는지. 그래요. 난 알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고 묻던 당신.
상우씨는 참 순수한 사람이예요. 하지만 사랑은, 순수함만으로, 진실함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랑도 변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아버린 이에겐, 그 순수함은, 때론 버거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걸, 당신은 은수의 차가운 눈빛에서 깨달을 수 있었죠. 영화에서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변해버린 은수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극에 달한 순간. 당신은 그녀의 차를 동전으로 긁어 버리죠. 그리고 곧 깨달았겠죠. 깊은 상처가 남겨진 건, 그녀의 차가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란 걸. 자동차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만, 당신의 마음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상우씨. 이상하죠. 당신을 생각하면 다 큰 어른인데도, 소년의 얼굴이 떠올라요. 상처 받은, 툭 치면 당장 울 것 같은 소년 같은 표정. 그러면서도 눈빛만큼은, 인생을 다 살아버린 듯한 팔십 노파의 그것을 닮았죠. 부디, 당신의 눈빛이, 한 걸음에 강릉으로 달려가던 그날 밤처럼 생생해지길. 당신의 얼굴에 봄햇살 만큼 환한 미소가 피어나길, 기원해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영원한 사랑을 믿는 상우씨의 소박한 믿음도, 변치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건 제 욕심일까요? 가 버린 봄날이 다시 오듯, 당신의 청춘에도 새로운 봄날이 시작되길 기원해요.
2007년....어느봄날 meilu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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