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최근에야 세 사람의 후보가 확정되어 각각의 후보 진영에는 벌떼처럼 사람들이 모여든답니다. 자기만이 최고의 선거운동가라고 자부하면서 운집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국리민복을 위해서 특정후보를 꼭 당선시켜야겠다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합류하는 사람이 없지야 않겠지만, 대부분은 당선되면 한자리 얻어 부귀호강을 누려보겠다는 사람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후보를 도와 당선시키는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후보의 역사관이나 올바른 정책을 세우는데 무슨 구실을 하려는 가요. 자신의 주의주장으로 옳은 방향을 선택해주지 않을 때, 과연 과감하게 뿌리치고 그 후보의 진영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가요. 혹시라도 자기가 도와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최고의 통치자가 되었을 때에 선거참모였다는 권력자의 측근으로 입에 쓰고 귀에 거슬리는 충언을 솔직하게 드릴 수 있고, 들어주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자신의 직책을 버리고 재야로 돌아갈 각오는 되어 있는가요.” 다시 묻습니다. “지난 역사적 경험으로 권력자 주변에 그런 용기 있는 관료나 정치인이 몇이나 있었던가요. 정당하고 바른 충고를 전혀 받아들여주지 않아도 양심을 숨기고 권력에 아부하며 비위나 맞추려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요.”하고 말입니다.
다산은 그의 『목민심서』에서 선비가 벼슬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사대부의 벼슬살이는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뜻으로 ‘버릴기(棄)’ 한 글자를 벽에 써 붙이고 조석으로 눈여겨보아야 한다. 자신의 옳은 행동에 장애가 있으면 벼슬을 버리며,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있어도 벼슬을 버린다. 상사(上司)가 무례하게 대하면 버리며, 제 뜻이 제대로 행해지지 않으면 벼슬을 버린다. 상관들이 느끼기에 내가 언제라도 가벼이 벼슬을 버릴 사람으로 여겨 항상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라야 올바른 벼슬살이를 할 수 있다”(禮際)라는 내용이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직설적인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렇지 않고 부들부들 떨면서 오히려 자리를 잃을까 걱정하여 황송하고 두려워하는 말씨와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 있으면 상관이 나를 업신여겨 계속 독촉만 할 것이니 참으로 그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게 된다.”라는 주장은 ‘버릴 기’의 효과가 어느 정도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얼마나 비굴하고 창피한 일인가를 분명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세상을 바로잡고 부정부패를 척결하여 올바른 국가개혁을 이룩하려면, 그러한 의지와 능력을 지닌 통치자를 선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든 전문가들이야 기대되는 일이지만, 교수나 변호사들, 그저 한 자리 얻기나 바란다면 빨리 손을 떼야 합니다. 철새 정치인들, 이제 그만 정치판에서 물러나 참다운 국가 지도자가 선출되기 위해서 자리를 비켜주어야 합니다. 선거는 다가오는데, 우글거리는 아부꾼들이 후보자 주변을 에워싸고 있음은 참으로 꼴불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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