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글

[스크랩] 고향에 띄우는 편지

청산노을 2013. 2. 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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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띄우는 편지 / 동목 지소영

반세기 지나도 당신의 이름은 뭉클합니다 새벽 안갯속에서 줍던 토실한 알밤이며 도토리묵 돌리던 동네길이며 막걸리에 취해 비틀거려도 정으로 뭉친 고향은 멀기만 합니다

흐린 시야 멀리 띄우면 동네 개만 짖어대고 비어 더 울리는 가슴에 이는 바람 이젠 소리마저 없습니다 때마다 불러보는 자식들 바쁜 걸음에 포기한 세월 그림자마저 고향을 잃고 산 중턱 감밭에는 까치집 여전한데 메아리도 없는 언덕을 뚜벅뚜벅 걷습니다


뒷 토란밭도 콘크리트에 묻히고 장독대에 쌓인 겨울은 풀리는데 어머니 아버지 당신이 누인 자리 풀만 가득하군요 소주잔도 마른오징어도 마다하시는지요 참, 어머님 틀니가 헐거워지셨다고 했지요 먼저 가신 아버지 부르고 싶어 절기마다 하얀밥 올려 놓고 중얼거리시던 노래 제가 대신 부릅니다
 
바닷바람이 짭니다 비행기가 흔들립니다 기계빛 살점 조이고 자동차에 기대인 안락 당신을 잊고 산 세월이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읍내길,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걷던 그때가 좋았습니다
출처 : 천년그리움이 흐르는 강
글쓴이 : 동목 지소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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