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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올레길을 걸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꾼다

청산노을 2013. 7. 27. 22:04

 

          

 

              올레길을 걸으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꾼다

 

 

제주에 올레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를 찾은 것이 5년 전의 일이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이 2006년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영국 여기자와 동행하게 되었는데 그 기자와 본국에 돌아가면 산티아고 길 같은 것을 만들자고 약속했는데 그 기자가 먼저 이를 만들었다는 편지를 받고, 2007년 9월에 시흥에서 광치기해변으로 이어지는 15.6km의 올레 1코스를 개장했다고 한다. 이 올레길이 첫 삽을 뜬지 6년만인 지난 2012년 11월에 제주도를 일주하는 21코스까지 개통되었다.

 

 

제주올레길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계절 따라 느낌이 달라 긴 연작시처럼 서사적이면서 서정적인 길이다. 봄이 채 오기도 전에 노오란 유채꽃이 성산 일출봉 일대를 뒤 덮고 동백과 벚꽃이 순차적으로 만발하여 코스마다 다양한 맛을 내뿜고 있다.

 

 

1코스는 아담하고 예쁜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하여 사시사철 푸른 들을 지나 말미오름과 알오름에 오르면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조각보를 펼쳐 놓은듯 들판과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올레길은 코스마다 특징이 있어서 쪽빛 바다를 끼고 도는 길, 호젓한 숲속길, 오래된 돌담길, 울창한 수목 사이를 지나는 길, 해녀들의 삶을 볼수 있는 길,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 길, 키가 전봇대보다 더 큰 동백나무로 울타리를 두른 마을 길이 있고 이중섭미술관을 지나면 올레길 중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7코스에 도착한다.

 

 

7코스는 외돌개를 출발하여 법환포구를 지나 월평포구까지 이어 지는데, 이 코스는 어느 올레지기가 염소가 다니던 길을 삽과 곡괭이만으로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계단과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서 기암절벽과 천연 난대림의 비경, 바다에 밀려 내려온 용암이 굳은 해안길을 따라 억새가 흐드러지게 펼쳐진다. 한 코스의 길이는 대개 20km이내로 천천히 걸어도 6~8시간이면 충분하다.

 

 

숙박료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2만원 정도이며 코스 중간마다 식당도 많다. 짐도 만원만 주면 숙소에서 숙소로 배달해 주기 때문에 음료수와 간단한 간식거리만 매고 홀가분하게 걸을 수 있다. 가다가 힘들면 코스에서 벗어나 내륙 쪽으로 10~20분만 들어가면 제주일주순환버스를 탈 수 있다.

 

 

올레길을 한번에 완주하려면 내 실력으로는 힘이 든다.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몇 코스씩 나누어 도전했다. 그러던 중 TV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연작을 보게 되었다. 나는 제주올레길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도전하는 중이었고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 프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생이 지루해 지고 무언가 도전해 보고 싶은 때가 있다. 다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가던 길을 그냥 가기에는 왠지 지루한 순간 짧지만 짜릿한 도전을 꿈꿀 때가 있다.

 

인간은 누구나 꿈을 꾸면서 인생이라는 먼 길을 간다. 밤에는 꿈을 꾸며 보내고 낮에는 꿈을 품고 살아간다. 밤에 꾸는 꿈엔 우리가 보낸 날들에 대한 즐겁고 슬펐던 일이 명멸한다. 그러나 낮에 꾸는 꿈엔 앞으로 각자의 삶에서 이루고 싶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와 목표들이다. 꿈이 없는 인간은 스스로의 가치 실현과 자기 발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꿈은 점점 사라진다. 괴테는 노년이 되어도 꿈을 잃지 말라고 하였다.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 없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사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는 것은 젊게 사는 특효약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야고보(스페인식 이름은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의 도시 산티아고 데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이다. 중세부터 내려온 길로 다양한 경로가 있으나 가장 인기가 있는 길은 카미노데프란세스이다. 프랑스 남부의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콤포스델라까지 이어지는 800km의 길이다. 완주하는데 40~50일이 걸린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C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은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걷는 길’이라고 한다. 하루 평균 25km를 쉬지않고 걸어야 한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특징은 스스로를 돌아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 혹은 일행끼리 걷는 것 같고, 길에서 혹은 숙소에서 만나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는 하지만 계속 같은 길을 따라서 동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마다 걷는 능력도 다를 것이고 일정도 달라서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산티아고 대성당이라는 최종목적지까지 같은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며칠씩 계속된 비와 눈보라, 심지어 우박과 세찬 바람에 이르기까지, 거기에 작열하는 스페인의 태양마저 겹쳐지며 죽을 고생을 하며 길을 걷는다. 발엔 물집이 잡혀 터지고 응어리져 만신창이가 되고 머리까지 올라오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다녀야 하는 그야말로 고난을 자초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 길은 걷는 사람에게 그 고통 이상의 것을 선물해 준다고 한다. 40일 넘게 고독 속에 홀로 걸은 산티아고 가는 길은 사람을 숙성시킨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마음의 가장 밑바닥이 드러나고 그 밑바닥에 진짜 소중한 것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때부터 40L짜리 배낭을 사서 필요도 없는 짐을 잔뜩 넣고 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북한산 둘레길, 불암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을 다니며 훈련을 하였다. 그러나 막상 산티아고 길을 가려니까 겁이 났다. 우선 매일 25km씩 걸어야 하는데 혹시 중간에서 발병이 나면 어쩌나 하는 것과 하루 코스의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면 노숙을 해야 하는데 이럴라면 침낭 등 짐이 많아지고 어떤 숙소에서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취사도구까지 준비해야 한다 것이였다. 피일 차일 미루다 보니까 해는 넘어가고 체력은 점점 떨어져서 과연 내가 꿈에 그리는 산티아고 길을 갈 수 있을런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이 80에 8박9일의 카투만두 트레킹을 한 사람도 있고 78세에 킬리만자로를 등산한 노익장도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편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도 있다. 이제 나에게는 산티아고 길을 가느냐 마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단, 가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마음 속에 도전하려고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淸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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