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최고의 축복은 사랑
전설처럼 아름다운 사랑은
단 한 번의 미소로 불타오르고
단 한 번의 눈 마주침으로
목숨을 걸고 영원을 맹세한다
태양은 실크처럼 대지를 감싸고
밤하늘엔 진주처럼 영롱한
오색 무지개다리가 뜬다
황혼에 물든 단풍나무 가지 위
새들이 노래하고 개울물 이끼를
쓰다듬고 흐른다
가을비 처량히 내려도 외롭지않고
북풍에 눈보라 휘몰아쳐도 두렵지않다
사랑을 할 때는.
이별할 때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형벌은 이별
영원도 맹세도 순간에 망각한다
목숨 같은 사랑이 떠나면
태양은 더 이상 떠오르지않고
별들의 반짝임도 볼 수 없으며
무지개 핀 동산도 보이지 않는다
황혼이 깃든 단풍나무 가지 위
새들의 노래도 들리지 않고
이끼를 쓰다듬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처량한 가을비 바람 속에 나부껴도
눈보라 푹풍 속을 휘몰아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사랑이 떠난 뒤에는.
위로
미안합니다
당신을 힘들게 해서
사랑이라 믿었지만,믿고 싶었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집착이었음을 알게
해준 것은
어이없게도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은 차마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우로 좌로 여러 갈래의 길을 방황하는
것을 나는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말하지 못하고 한 숨 쉬는 모습을 보았고
생각에 깊이 잠겨 잠 못 이루는 당신
고뇌에 찬 글귀와 눈동자를 수없이
보았습니다
당신을 집요하게 쫓는 과거의 연인들과
그들의 방황과 눈물도 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비는
내 마음 곳곳이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가끔씩 바람이 불어와 젖은 내 가슴을
쓸며 가네요
홀로 있는 이 시간 오직
바람만이 유일한 위로가 되네요
나는 괜찮아요
젊은 날의 상처는 나를 다져 놓았고
상처 후 어떻게 치유가 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머무를 수 없는 구름 같음을...
잡았다 하면 벌써 나갈 길을
찾는다는 것도...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당신의 잘못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침 태양이 제 아무리
설레이며 미소로 하루를 열어도 곧 쓸쓸
하게 저녁노을을 만드는 것과 같고
앞산에 보름달 힘차게 떠올라도
때가 되면 서쪽 하늘가에 외로운
조각달로 기우는 것과 같으며
은하수 화려한 별들도
먹구름에 가리면 힘없이 사라지고
무지개가 순간에 머무를 때야
감탄을 자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내게 무지개었으며 아침
태양이었고 보름달이며 화려한
은하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사장에 새긴
우리들의 언약은 얼마나 다행인지요
밀물이 벌써 지웠을테니까요
그리고 쓸쓸히 나 홀로 밤을 맞이합니다
여러날의 쓸쓸한 밤이 흐르고
내 가슴엔 비가 내리겠지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태양은
새로이 떠올라
나를 다시 설레이게 할 것입니다
꼭 그래야만 합니다...
♠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자는 하나님
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요한일서 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