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홀몸으로
힘든 농사일을 하며
판사 아들을 키워낸 노모는
밥을 한끼 굶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고,
잠을 청하다가도 아들 생각에
가슴 뿌듯함과 오뉴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흥겨운 콧노래가 나는등
세상을 다 얻은 듯 해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노모는
한해 동안 지은 농사 걷이를 이고 지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아들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 했으나
이날 따라 아들 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며느리가 집을 비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들이 판사이기도 하지만
부자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촌노의 눈에 신기하기만 한
살림살이에 눈을 뗄 수 없어
집안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됐다.
그 물건은 바로 가계부다.
부자집 딸이라
가계부를 쓰리라 생각도 못 했는데
며느리가 쓰고 있는
가계부를 보고 감격을 해
그 안을 들여다 보니
각종 세금이며 부식비, 의류비 등
촘촘히 써내려간
며느리의 살림살이에 또 한번 감격했다.
그런데""
가슴이 미어 터질 듯한 기분과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통을
속으로 삯히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금지옥엽 판사 아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왜 안주무시고 그냥 가셨어요”라는 아들의
말에는 빨리 귀향길에 오른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 배어 있었다.
노모는 가슴에 품었던 폭탄을 터트리듯
“아니 왜! "
"촌년이 거기 어디서 자-아” 하며 소리를 지르자
아들은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며 말을 잊지 못했다.
나보고 묻지 말고 너의 방 책꽂이에 있는
공책한테 물어봐라 잘 알게다”며 수화기를
내팽기치듯 끊어 버렸다.
아들은 가계부를 펼쳐 보고 어머니의 역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알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싸우자니 판사 집에서
큰 소리 난다 소문이 날거고
때리자니 폭력이라 판사의 양심에 안되고
그렇다고
이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으로
몇날 며칠을 무척이나
힘든 인내심이 요구 됐다
그러던 어느날 바쁘단
핑계로 아내의 친정 나들이를 뒤로 미루던 남편이
처갓집을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신바람이나
선물 보따리며 온갖
채비를 다한 가운데 친정 나들이
길 내내 입가에 즐거운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남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기만 했다.
처갓집에 도착해
아내와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모두 집안으로 들여 보내고 마당에 서 있자
장모가
“아니 우리 판사 사위
왜 안들어 오는가”하며 쫓아 나오자
사위가 한다는 말이
“촌년 아들이 왔습니다”라고 대꾸하자
그 자리에서 장모는 돌하루방 처럼 굳은채 서 있자
“촌년 아들이
감히 이런 부자집에 들어 갈 수 있습니까”라 말하고
차를 돌려 가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시어머니
촌년의 집에는 사돈 두 내외와 며느리가
납작 엎드려 죽을 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었다.
촌년 10만원은 온데간데 없고
"시어머니의 용돈 50만원" 이란 항목이
며느리의 가계부에 자리했다.
이웃 속에(in)
함께(with)
위해(for) 살아가는
우리의 본질은 무엇 보다도
진실함이라 여겨지며
아들의 우아한 용서에
행복의 나무는 풍성할 것이다
'교훈이될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어느노인의 아름다운 죽음 (0) | 2012.08.12 |
---|---|
[스크랩] 남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0) | 2012.08.10 |
[스크랩] 옛 名妓들의 詩와 山水畵 (0) | 2012.08.04 |
[스크랩] Rondo Veneziano // Rialto 外 (0) | 2012.08.02 |
[스크랩] 이런 황혼의 삶이 되게 하소서 (0) | 2012.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