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사랑은 이런거란다.
아들아! 사랑은 이런거란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귓볼을 흔드는 매미의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조그마한 섬마을에
벙어리 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벙어리 어머니는
단 하나뿐인 사랑스런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바다 속에서 미역과 톳 등을 채취하며
한 평생을 해녀로 살았습니다.
코흘리개 어린 아들은 세월이 흘러
어느 새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당당히 수석으로 합격하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들은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이 외딴 섬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머니, 저랑 같이 도시에 가서 살아요.'
"....."
아들은 이렇게 권유해 보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만 지으셨습니다.
물론 어머니에게 이 섬은
고향이자 안식처였습니다.
그래서 결코 이 섬을 떠나고 싶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대학 입학식이 점점 코앞에 다가오자
아들의 마음은 더더욱 아팠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생활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글도 모르고 수화도 못하는 벙어리였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은 몇 일 동안의 고민끝에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머니께 글을 가르쳐 드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저녁,
아들은 어머니의 손목을 잡아끌어
앞에 앉으시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사물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하얀 도화지에 글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제 손가락을 보세요.
이것 아시죠?
전화에요. 제가 도화지에다 써 볼게요.
전~화. 아셨죠.
전화는 이렇게 쓰는거예요.
어머니! 이건 라디오였죠.
자, 써 볼게요.
라~디~오.
라디오는 이렇게 쓰는 거예요.
벙어리 어머니는
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은 도화지에다 또 다른 글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를 써놓고 아들은
그 글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몰라 난처했습니다.
하얀 도화지에 바로
'사랑' 이라는 글자를 썼던 것입니다.
이 '사랑' 이라는 글자를
설명하기 위해 아들은 가슴에 손을 얹어 보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보호하는 흉내를 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들의 여러가지 행동을 보고도
어머니는 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아들은 '사랑' 이란 단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고 답답한 나머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갑자기 왜 우는지 알 수는 없었으나
아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자신의 품으로 따뜻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아! 내 품에 안긴 아들아!
이것이 바로 '사랑' 이란다."
<옮긴글>
몇 일째 사상 유례없는 적설량을 보이는 요즘,
혹시 우리 까페 가족 여러분들께선
소소한 피해라도 없으신지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눈은 언제나 고결함과 깨끗한 이미지,
그리고 차가움이 연상되지만
눈이 많은 해엔 오히려 풍년이 든다는
옛 말을 되새기며 작은 위안을 삼아 봅니다.
그것은 옛 농경사회에서
눈이 많이 오면 강수량의 증가로
물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다는 수월성에 기인하여
굳이 과학적 근거를 들추지 않더라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안에는 늘 양면성이 존재하지요.
눈이 아름답고 낭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눈은 낭만의 눈이 아닌,폭설이었기에
폭설로 인한 피해를 입으신 동해안 지역
여러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사랑은 기쁨을 주기도
때론 슬픔의 전유물이 되기도 합니다.
받아도 받아도 모자란 듯한 사랑,
주어도 주어도 부족하기만 하는 사랑,
아마도 사랑은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그렇게도 위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받는 것보다 더 많이 주고 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진가이며
더 행복한 사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흐르는 음악,
나나무스끄리의 '사랑의 기쁨' 들으시면서
오늘도 사랑으로 가득 채워가시는
목요일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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