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당신을 사랑하는 걸까
"나는 왜 당신을 사랑하는 걸까?
당신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왔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듯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어,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함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뿐이야.
그걸 깨닫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야.
나는 지금도 우리 부모님의 사랑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당신도 알다시피 두 분은 수십 년을 함께 살아 오시면서도
한결같이 서로를 의지하고 존중하시잖아,
나는 그것이 두 분의 사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어떻게 하면 두 분처럼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하고 늘 궁금하게 생각했지, 그러다가
어느 날 어머니께 그 까닭을 여쭤볼 기회가 생겼어,
어머니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시며,"아버지께 물어봐
라.'라고 하셨어, 하지만 나는 아버지께도 그 이유를
듣지 못했어 ,아버지는 평소 위엄 있는 모습과달리 입가에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시며, "엄마한테 물어봐라."
라고 하셨거든.
수십년이라는 세월 때문에 이유를 잊어버리신 걸까?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당신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것일까? 한참 생각한 끝에,
나는 불현듯 사랑의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마치 갖가지 꽃들이 활짝 핀 정원에 들어가 꽃을 꺾는
것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원래는 한 송이만 꺾으려 했는데, 자꾸만 더 예쁜 꽃
들이 눈에 들어오는거야, 어떤 꽃을 꺾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모두 활짝 피게 놔두자,
싶어 그냥 나오는 경우 있잖아,
그런 것처럼 사랑하는 이유도 너무 많아서,
고르다 보면 이건가 저건가 헛갈리기도 하고,
그래서 딱 한 가지로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거지,
어쩌면 사랑에는 정말 아무런 이유가 필요 없는지도 몰라,
무슨 수로 선인장이 메마른 사막에서 꽃을 피우는
이유를 묻겠으며, 무화과는 어째서 꽃도 피우지않고
열매를 맺는지 알겠어? 이런 질문만큼이나 사랑하는
이유를 찾으려 했던 내가 정말 바보였어,
나는 잡을 수없는 신기루를 좆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여보!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의 답은 못 찾았지만,
그동안 내가 확실히 깨달은 건 하나 있어,
만약 하루라도 당신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면,
하루라도 당신이 밥 짓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면,
하루라도 내 곁에서 곤히 잠든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나는 아마 어둠속에 홀로 남겨진 아이처럼
두려움과 슬픔으로 애를 태우게 될 거라는 것,
그것만은 분명해, 그렇다면,
나, 당신을 사랑하는 거 맞지?
사랑의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마세요.
그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녀에게 말해주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합니다"라고...
(배경음악 길벗'로맨스'의 음악산책에서)
전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