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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도 않은 꽃을 꺾어버린 짐승 때문에 나라 전체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사이코패스 짓일 것이라고 추측들을 한다. 사이코패스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평소에는 정신병이 내부에 잠재돼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무튼 요즘은 딸 키우기에 아내 지키기까지, 아주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남편에게 발등 찍히는 아내도 있다. 부부의 침실에서도 성폭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남편이 원할 때 아내는 항상 응할 의무가 있다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강간의 다른 모습이다. 쿵짝이 딱딱 맞아 잠자리를 잘 하면 좋겠지만 아내가 싫어해서 못하기도 하고 남편이 부실해서 못할 수도 있다. 남편이 안 하고 싶거나 못하면 아내는 그냥 참는다(?) 그러나 아내가 거부하면 문제가 험악해진다. ‘드럽고 치사하다’며 돌아눕는 착한 남편은 별로 없다. 붉으락 푸르락 헐크로 변해 아내를 두들겨 패놓고 자기 욕심을 채우는 인간이 의외로 많다.
여성의 전화 상담사례 중 35%가 아내 강간이다. 싸나이다운(?) 남편들은 일단 때린 후 미안하다고 어르고 뺨 치면서 그 다음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온다. 게다가 이 남편들은 아내가 겉으로는 싫어하지만 속으로는 좋아할 거라고 착각까지 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니까 아무리 싸웠더라도 그것만 하고 나면 무조건 화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절대 아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게 있다. 아내가 거부하면 왜 그러는지 알아내 고쳐가며 살아야 한다. 아내 의견을 무시한 채 무조건 달려드는 남편에게는 ‘빠 떼 루’를 줘야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의 성폭력에 대해 ‘강 간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도장을 찍는다느니, 일단 자빠뜨리고 본다느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행동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강간 판타지를 부추기는 영화도 문제다. 성폭행당한 깡패에게 사랑를 느낀다는 이상야릇한 스토리까지 보고 나면 남자들의 성의식은 더욱 배배 꼬여간다.
물론 성관계를 거부당하는 남편들의 하소연도 들어줘야 한다. 단순히 밤일만 거절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체를 무시한다고 생각해 화가 난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싫어할까요? 왜 그게 안 하고 싶을까요?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습니다.”
여자들도 할 말은 있다.
“평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남편이 잠자리에서는 ‘요부가 돼야 한다’며 이상한 짓을 시키는데 창 녀도 아니고, 그걸 하고 싶겠느냐고요. 그래도 화낼까봐 억지로 하고 나면 자존심 상하고 비참해서 눈물이 나요.”
남자들의 힘은 벽에 못질할 때나, 아니면 장독 옮길 때나 써야 한다. 은은한 타악기 음악을 들으며 리듬을 타줬으면 하는데, 아내가 거친 섹 스를 원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하는 남편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처럼 승부욕에 불타 아내를 잡아먹을 듯이 무섭게 돌진하고 세게 문질러댄다. 참 딱한 노릇이다. 가뜩이나 밖에 나가면 별별 흉악한 놈들이 많은데 집에 더 무서운 웬수가 있다면 살맛일까, 죽을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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